‘퍼피 붐’ 이후 10여년 동고동락…늙은 반려견 부양하는 2030세대

등록 :2015-04-08 19:01수정 :2015-04-09 08:53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원장(왼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지동 원내 수술실에서 노령견 ‘투투’를 진료한 뒤 보호자에게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다. 15살로 추정되는 투투는 각막궤양으로 왼쪽 안구를 적출한 상태이며 위종양과 고관절염 등을 앓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어릴 적부터 함께 커 ‘또다른 가족’
늙고 아파도 돌보는 청년세대 많아
“나의 첫 번째 부양가족이에요”

10살 이상 노령견 130만마리 추정
수술·진료비 등 부담 많아도
“남은 시간 후회없이 살게 해야죠”
일요일인 지난 5일 집을 나서려던 이윤주(30)씨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마루’의 기침 소리였다. 13살 요크셔테리어 마루는 그동안 잔병치레 한번 없었는데 며칠 전 시작된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이씨는 불안한 마음에 약속도 미루고 동네 동물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노화로 인한 심장비대증 말기였다. 그동안 생각지 못한 ‘개의 늙음’ 앞에 이씨는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마루가 늙었고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개는 보통 10살이 넘으면 노령견으로 분류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노화가 진행되며 행동이 변한다. 마루도 최근 들어 떼를 많이 쓰고, 특별한 이유 없이 밥을 잘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등 활동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인지장애증후군(CDS) 초기 증상이다. 사람으로 치면 알츠하이머(치매)와 유사하다. 심할 경우 공격성을 보이거나 방향감각을 잃기도 한다. 이씨는 “마루가 어렸을 때는 절로 크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밥도 손으로 먹여줘야 하고 약도 챙겨줘야 해서 보살핀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루는 나의 첫번째 ‘부양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요즘 이씨처럼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노령견을 돌보는 청년세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씨가 마루를 키우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티브이 동물농장> <주주클럽> 등 반려동물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집집마다 강아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퍼피붐 세대’인 셈이다.

마루는 퍼피붐 2세대에 해당한다. 1세대는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 유행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등장했다. 마루처럼 퍼피붐 2세대는 모두 노령견이 됐다. 국내 반려견은 2012년 기준 440만마리로 추산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중 30%(130만마리) 정도가 퍼피붐 세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씨와 마루는 최초의 ‘반려견 세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반려동물이란 개념이 확산하면서 반려견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됐다. 10대 혹은 20대 초반에 부모의 도움 아래 개를 키우며 함께 성장했고, 현재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30살 전후 젊은층이 퍼피붐 세대의 주된 보호자들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원장은 “노령견을 데려오는 보호자들은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소득이 생긴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다. 어렸을 때는 가족 단위로 개를 돌봤지만 현재는 독립을 했거나 부모가 나이가 들면서 개의 부양을 직접 맡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반려견 첫 세대인 만큼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혼란도 크다. 12살 닥스훈트 ‘가을이’를 기르는 서천우(38)씨는 “가을이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서씨가 가을이를 기르기 시작할 때는 늙고 아플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이제는 디스크에 고혈압, 방광염까지 앓는 가을이에게 약도 챙겨줘야 하고 음식도 가려 먹여야 하는 등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서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가을이가 이제는 잘 움직이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별의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서씨는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다. 지금은 최선을 다해 가을이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개들이 스스로 내리지 못하는 결정을 대신 내려야 하는 것도 퍼피붐 세대의 몫이다. 이승현(27)씨는 지난달 만성외이염이 악화된 13살 코커스패니얼 ‘빙고’에게 생존 확률이 20%에 불과한 위험한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씨는 “빙고가 직접 선택을 할 수 없으니 내가 결정해야 하는데 혹시 잘못될까봐 너무 두려워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술비와 매달 수십만원씩 들어가는 약값도 이씨에게 큰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2013)를 보면, 동물병원을 방문한 반려견 한마리당 한달 평균 16만6813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진료비 부담을 꼽은 응답자는 16.4%로 가장 많았다.

이런 부담에도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은 ‘지금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한다. 최근 이승현씨는 빙고를 데리고 서울 평창동 집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나들이를 나왔다. 이씨는 “어느 날 문득 ‘빙고가 살면서 어디까지 가봤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빙고의 세상이 너무 좁은 것 같아서 처음으로 먼 곳까지 산책을 나왔다.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 생명이 자라고 늙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준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반려견의 죽음을 계속 생각하며 우울함에 빠지기보다 그와 나의 관계 맺음을 완성하고 끝마친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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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강아지 관련 영화 등이 많았던 90년대, 2000년대.

 

저도 딱 그 세대 청소년기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주변에 강아지 안키우는 집이 별로 없었던 때였는데요.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는 요크셔테리어가 가장 인기였고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별로 없었던

 

그런 때, 저도 우리 아이를 만났지요!

 

9살된 아이를 묻고 돌아오는 길,

 

마지막으로 엄마가 퇴근하며 돌아온 문소리를 듣고 혈변을 묻힌 다리를 질질 끌고

 

현관문 앞에서 '멍' 소리 힘내어 짖고는 축 늘어졌던 착한 아이.

 

슬프게도 그렇게 떠난 아이를 가슴에 묻고는 다시는 반려견은 들이지 않으리 다짐했던 기억입니다.

 

 

 

 

아이와 대형견의 사진을 찾아보면 마음이 많이 따뜻해져요.

 

털알러지 등 기타 나쁘다는 기사는 모조리 읊고 다니는 친구가

 

강아지나 고양이와 아기를 키우겠다는 저를 몰상식한 사람으로 만들어 서로 의견 충돌이

 

일었던 적도 있고요.

 

주변의 퍼피붐 세대로 딱 대변되는 친구들은 결혼을 하며 오랜 친구인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물론 친정에 두고 가거나 하는 방법을 택하긴 하지만.... 함께 살고 싶은 마음 ㅠㅠ 완전 공감이죠.

 

 

 

 

 

 

무지개 다리 건넌 강아지가 생각나는 봄날입니다.

 

읽어보시면 좋을 기사라 가지고 와보았어요.

 

노령견을 '모시고' 있는 견주님들, 오늘도 화이팅 하시고요.

 

수술비와 진료비.. 강아지 보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기사였습니다.

 

 

 

 

부양가족과 마찬가지가 된 사랑스러운 노견들.

 

남은 시간 후회없게, 모두들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Posted by 주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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