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만한 나라가 없었다.
습기에 찬, 어떻게 보면 노량진의 그것처럼 스모그로 가득했던
영국과는 또 다르게 세피아 톤으로 기억되는 파리는
근원을 알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나라였다.
200만 화소였나. 나름 신형의 삼성 카메라를 들고
고등학생이던 동생의 손을 당당히 잡고는 유럽으로 향했던
나의 20대 초반,
반짝이는 에펠탑을 찍다 찍다 찍어도 안 잡혀서 그저
눈으로만 담아왔던 당시의 우리와
버스에서 멀미로 잠든 동생의 뺨을 톡톡 때리며
이게 다 돈이라고, 눈으로 하나라도 담아야 한다고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코리안식의 여행을 강요했던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더 악착같고 어떻게 보면 무자비했던 것 같다..
파리에 다녀오고, ( 비록 외동딸들을 여행 보내는
우리 부모님과 이모, 이모부의 염려로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는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왔지만)
어찌되었든 찰나로 띄엄띄엄 본 파리일 지언정
사진으로 본 것과 같았던 달랐던
온전히 소화되어 별식처럼 내 몸에 남은 파리는
귀국을 하고서도 그 맛을 몇 번이고 되새겨도 아쉽지 않았다.
파리 한 번 다녀온 여자, 의 타이틀에 갇혀
부던히도 읽헜던 프랑스 소설은
두번의 여행은 불가능했던 당시의 가난한 삶에
유일한 향수 해소제였던 것이다.
불어는 개뿔 한 마디도 모르니
김남주 번역가의 번역만을 믿고 골랐던 여러 소설들.
프랑수아즈 사강, 아멜리 노통, 알베르 카뮈, 로맹가리까지
어쩌면 김남주씨의 문체에 매료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너무나도 좋았던 나의 이십대를 다시금
이 책을 통해 만났다.
번역자의 서재는 뭐가 달라로 다르더라.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지만 김남주씨의 책은
여전히 나를 풍요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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